[책] 의사결정의 가이드맵 - 게리 클레인



어제 저녁에 잠깐 뉴스를 보다가 숭례문에 화재가 났다는 어이없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곧 진화하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자기 전에 다시 뉴스를 틀었는데, 더 어이없게도 불을 못 끄고 무너지고 말았네요. 전쟁도 아니고 자연재해도 아닌 상황에서 문화재가 불탄다는 생각을 안하고 살아봐서인지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나고 있는 paromix군입니다.

화재 진압하니까 문득 떠오르는 책이 있어 소개해 드려봅니다. 책 제목만 봐서는 별로 관련이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의사결정의 가이드맵>은 전문가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다룹니다. 소방대원을 비롯한 비행기 조종사, 간호사 등을 연구대상으로 했고, '말하며 생각하기 법'(Think-aloud 방법이라 불리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소리내어 말하는 방법입니다.)과 인터뷰를 연구 방법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의사결정의 차이를 알아보고, 전문가의 의사결정 방법에 대한 무언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인듯 싶긴합니다만,(적어도 paromix군은 그런줄 알았습니다) 사실은 그런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책의 원제가 "Souce of Power"인데 국내에서 출시하면서 마케팅을 위해 제목을 바꾼 것에 약간 속은 듯 하긴합니다.^^

그렇다고 책이 허술하다거나 내용이 빈약하지는 않습니다. 의사결정에 관한 꽤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깊은 심도 덕분에 읽기가 쉽지않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더러(사실은 많습니다-_-) 있었습니다만 전체적인 느낌은 좋은 책입니다. 물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조금 아쉽긴 한건 어쩔 수 없습니다.

책에서 나온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말 그대로 힘의 원천source of power 이죠)은 9가지가 있습니다.

1. 직관 (패턴 인식,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상황 인식 완성) - 챕터 4
2. 멘탈 시뮬레이션 (과거와 미래를 보는 것) - 챕터 5
3. 불분명하게 정의된 문제에 레버리지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 - 챕터 8
4.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 챕터 10
5. 스토리텔링 - 챕터 11
6. 유사성과 은유에 의한 추론 - 챕터 12
7.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 (의향을 전달하는 것) - 챕터 13
8. 합리적인 분석 - 챕터 14
9. 팀 마인드 (팀의 경험창고를 이끌어내는 것) - 챕터 15

요소들의 이름만 보고 있으면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9가지 요소들을 바탕으로 인식-촉발 결정 모델(Recognition-Primed Decision Model, RPD 모델)을 만들어 냅니다. 사실은 먼저 모델을 만들고 요소들을 하나하나 연구해 나가면서 모델을 발전 시켜나갔다는데 좀 더 정확하죠.

RPD 모델은 복잡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설명한 모델입니다.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RPD 모델의 핵심은 결정을 함에 있어서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안을 떠올려서 효율적인지 판단하고 다음 대안을 생각할 것인지 행동을 취할 것인지 결정한다는데 있습니다.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을 만들어서 멘탈 시뮬레이션으로 평가한 후 행동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멘탈 시뮬레이션은 말그대로 머리속에서 대안으로 나온 해결책을 적용해보는 걸 말합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전문가일수록 좀더 나은 첫번째 대안을 생각해 낼 수 있고, 멘탈 시뮬레이션을 빨리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숭례문 화재에서도 좀더 빠르게 효율적인 해결책이 나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시스템의 문제도 컸지만 말이죠.

조금 길었던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시간이네요. 새해의 다짐이 약간 느슨해지진 않았는지 점검 좀 해봐야겠습니다. 언제나 즐거운 독서 생활 되시길 바라는 paromix군이랍니다. :D


"Paro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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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omix | 2008/02/12 00:52 | ■□ 책 이 야 기 □■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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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캐시 at 2008/02/12 01:58
숭례문... 역시 황당해요. 정말 전쟁 중도 아니고 자연재해도 아니고... ^^
저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기간입니다. 1월보다는 역시 2월이 힘들어요. ㅋ 긴장이 풀어져서. ㅋ
리뷰 잘 봤어요 ㅋㅋ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
Commented by chloë at 2008/02/12 09:02
어제 서점에 들렸는데 몸이 힘들기도 하고 책은 방대한데 읽고 픈 마음이 드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리뷰를 보니 RPM모델이 꽤 흥미로워 읽고 싶네요.ㅎㅎ
Commented by 혈류 at 2008/02/13 00:39
정말 오랜만에 왔어요!!!
영어의 도표는 전혀 감이 안오는데요... 어쨌든 숭례문 사태를 통해서도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ㅎ
그건 그렇고 파로믹스님은 서점에서 거주하시는 거 아니에요? ㅎ 첨 들어보는 책들을 이렇게 막 소개해주세요 ㅎ
책을 정말 많이 읽으세요 ㅎ 오랜만에 왔는데 이곳에서 책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ㅎ
Commented by Paromix at 2008/02/13 00:51
캐시 님 // 그러게요. 안타까운 사건이죠. 캐시님은 항상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멋져요. 즐거운 밤 되시구요.^^

chloë 님 // 좀 내용이 어렵긴 합니다만,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차근차근 읽으면 꽤 도움이 되실거에요. 저자가 쓴 논문들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꽤 있구요.^^

혈류 님 // 오랫만이네요 혈류님.^^ 요새는 게을러져서인지 읽은 책은 많은데 소개는 조금밖에 못해드리네요. 글쓰는 속도가 워낙 느리기도 하구요.^^ 혈류님은 요새 방학이라 신나시겟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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